세상을 지탱하는 아줌마정신
세상을 지탱하는 아줌마정신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4.10.31 10: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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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담는 글] 매사에 들이대는 도전정신이 가정 지켜

단골 동네 미장원에 머리를 깎으려고 아내와 함께 갔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긴 머리로 미장원에 갔는데, 항상 아내가 전화를 걸어 손님들이 없는 시간에 예약을 해놓아 덕분에 편안하게 머리를 손질할 수 있었습니다.

미장원에 들어서니 머리를 염색하는 손님이 있어 잠시 소파에 앉아 여성잡지를 보고 있다가, 그 안에 유익한 기사가 눈에 띄어 핸드폰으로 필요한 부문만 몇 장을 찍었습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불쑥 “이 잡지 찢어가도 되지요”하며 주인에게 물어 “예, 9월호와 10월호만 빼놓고 찢어도 돼요”라고 승낙을 받았고, 마침 그 잡지가 8월호라 찢어 갈 수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잡지를 찢어가는 아내의 손이 너무도 당당하고 속도가 빠르다는 점입니다. 아내가 다가오더니 그 잡지의 어느 부분이냐고 묻자마자, “북”하고 찢어버리는 것입니다. 순간 나의 입에서 “무식하게”라는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평소 책을 좋아하는 필자의 눈에는 조심스럽게 책을 찢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도 모르게 말이 나온 것입니다. 그러자 미장원 사장이자 책의 주인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무식한 게 아니에요. 그것이 바로 아줌마정신이에요”라고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가정을 지키는 힘은 아줌마에게 있다. 사진은 올 봄 부강 장날에 봄나물을 뜯어 팔려고나온 한 시골 할머니의 모습.
아줌마정신! 집에 돌아와서 미장원 주인에게 들은 아줌마정신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모든 말이 그렇듯이 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좋은 뜻도 되고 나쁜 뜻으로도 될 수 있는 게 세상사 같습니다. 분명히 “무식하다”고 경멸하는 투의 말이었는데, 그것을 아줌마정신으로 좋게 표현한 미장원 주인의 마음은 정말 멋지고 훈훈했습니다.

아줌마정신은 이른바 매사에 도전적으로 들이대는 불굴의 정신으로 시장바닥이나 농촌에서 억척스럽게 일하는 원동력입니다. 아줌마들을 지탱하게 하는 힘은 자식들과 가정에 있습니다. 자식들과 가정을 위한 일이라면 온 몸을 불사르는 투사가 되어 어떤 난관에도 절대 꺾이지 않고 버티는 힘입니다. 그런 아줌마들의 힘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아줌마들의 ‘들이대’ 정신, 도전정신을 배워야 합니다. 동족 간에 참혹하게 벌어진 6.25전쟁으로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이면에는 60, 70년대 우리 어머니들의 억척스런 아줌마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지금도 우리 아줌마들이 어머니로 변하는 순간 자식들에 대한 억척스런 교육열은 단연 세계 최고입니다. 다만, 세월이 변해서인지 너무 돈과 권세에 직결되는 공부로만 자식들을 평가하다 보니 삶이 갈수록 빡빡해져 여유가 없어 안타깝습니다.

60, 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어머니들은 시부모를 모시고 남편을 공경하며 자식들에게 극진한 사랑을 주었던 한 가정의 지킴이이자 희생양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자식을 버리고 도망가는 어머니가 적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일부 아줌마들이 바람이 들어가서 그런지 가정을 팽개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조금만 힘든 일이 생기면 참지를 못 하고 일신의 편안함을 추구하기 위해 황혼이혼도 불사한다고 합니다. 아줌마가 어머니 자격을 포기하고 일신상의 호강만을 추구한다면 짐승만도 못하다는 비난을 받을 것입니다.

아줌마들이 있기에 세상을 지탱한다는 고마움을 새삼스럽게 느껴봅니다.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미장원에 가서 책까지 용감하게 찢어준 아줌마, 고맙습니다. <2014년 10월31일자 교차로신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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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뿐여우 2014-11-03 16:20:08
대한민국 아줌마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