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제 정들었던 세종시 떠납니다"
"저, 이제 정들었던 세종시 떠납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4.10.28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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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내달 초 이임하는 최승현 기조실장, "세종시 맨 되겠다"

   오는 11월 세종시를 떠나는 최승현 기획조정실장은 "중앙부처에서 세종시 맨이 되겠다"고 말했다.
“제가 아마 중앙부처에서 세종시 입장을 제일 많이 대변하게 될 겁니다. 또,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곳은 제가 지방뿐만 아니라 안행부 소속 기관 통틀어 첫 근무지입니다.”

오는 11월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 버클리 대학 연구원으로 유학을 가게 되는 최승현 세종시 기획조정실장(52)은 유학 후 근무할 안전행정부에서 ‘세종시 맨’이 되겠다는 말로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늦어도 11월 초에는 약 1년 7개월간 근무했던 세종시를 떠날 예정이다. 정부 조직법의 국회 통과와 무관하게 안행부 자체 인사로 이뤄져 그가 세종시에 머무를 시간은 약 일주일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오후 1시 20분에 기조실장 방에서 이임을 앞 둔 최실장을 만났다. 아시다시피 최실장에 대한 공직사회 내 평가는 ‘Good’이었다. 부드럽고 격의 없는 대인관계, 그리고 항상 열려있는 넓은 귀 등이 그를 좋게 평가하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보람이 많았습니다. 지난 해 4월 세종시에 왔을 때는 세종시 특별법이 핫 이슈였습니다. 당시 광역자치시 특별 회계와 세종시 청사 이전 문제 등이 현안이었는데 그게 다 해결되어서 정말 좋습니다.”

그는 현안 해결에 직원들이 고생했다는 말로 공(功)을 돌렸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우수하더라”, “특별히 간섭할 필요가 없었다”, “잘 시키기만 하면 되었다”는 등의 말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칭찬했다.

“요새 유행하는 말로 ‘소통’만 잘하면 되었습니다. 전체적인 시야를 확보하고 위와 아래를 정확한 시점에 잘 연결해주는 게 기조실장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맥을 잘 짚고 포인트를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서로 일하기가 편합니다.”

기조실장의 조건을 넓은 시야와 정확한 맥 짚기로 요약하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들과 격의 없이 어울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평소 얘기하기를 좋아했고 그게 저녁 술자리를 통한 대화로 이어져 ‘소통’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는 것이다.

“초창기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업무적으로 세팅이 되었습니다. 다만 이걸 익숙하게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은 좀 더 필요합니다. 왜 느낌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큰 대회에서 우승은 해본 팀이 잘 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그게 부족합니다.”

광역 업무에 필요한 경험을 쌓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그는 “그게 약 5년 정도를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평기자와 대기자가 보는 시각이 다르듯이 아직은 세종시 공무원은 광역업무를 완숙하게 다루기 위한 경험 쌓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중앙부처가 바로 인근에 위치해 실질적으로 업무 추진에 도움이 되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물론‘이라며 사례를 들었다. 요컨대 예산을 다루는 부처의 핵심 관계자들과 저녁을 함께 하면서 세종시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하고 사업 심사의 경우도 심사 직전에 가서 재차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한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 분들이 세종시민이라는 의식이 부족한 게 아쉽습니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다보니 세종시민들이 느끼는 불편과 필요한 것을 함께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 와서 살아야 좋은 학교, 좋은 도로, 좋은 환경을 더 빨리 만드는 데 그렇지 못합니다. 와서 살아야 합니다.”

1년 간 유학하면서 우리나라 공무원의 적정 인원이 얼마인가를 계량화시키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최실장은 “3개월 정도 자료를 수집하고 3개월 간 연구하면 어느 정도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게 만들어지면 연금 문제라든가 공무원 관련 복지 등에 기초자료를 삼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세종시 직원들이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중앙부처, 충남도, 연기군... 이렇게 뒤 섞이고 일이 많다보니 직원 간 유대관계를 돈독히 할 기회가 적었습니다. 타부서와 소통할 기회가 적었다는 얘기죠. 저는 즐거운 조직이 강한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최 실장은 지난 해 4월 23일자로 세종시로 내려왔다. 1993년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사회에 발을 디딘 이래 중앙인사위원회 비서실장, 행정안전부 인사정보과장, 사회조직과장,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등을 거쳤다. 줄 곧 중앙에만 근무했다. 1년 7개월의 세종시 근무는 그래서 더 많은 애정을 갖게 만들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안녕히 가시고 중앙정부에서 세종시를 위한 트로이의 목마가 되어주길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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