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청 공무원 점심 배탈, '유감'
세종시청 공무원 점심 배탈, '유감'
  • 신도성 편집위원
  • 승인 2014.10.1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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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성 칼럼] 시청앞 식당에서 20여 명 식중독...우연한 일일까?

                신도성 편집위원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 데 핫뉴스가 떴다. 바로 어제 13일 점심에 이춘희 세종시장 등 세종시 공무원 20여 명이 세종시청 앞 모 한정식당에서 점심식사 후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조사에 나섰다는 것이다.

세종시를 이끌어가는 수뇌부 공직자들이 점심식사를 한 후 설사와 복통을 일으키는 등 식중독 증세를 보여, 이날 오후 시청이 정상업무수행에 차질을 빚었다. 행정부시장과 비서실장, 수행비서 등은 증세가 심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당일 퇴원했으며, 운전기사 K씨는 특히 증세가 심해 계속 입원 치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있자 세종시는 즉각 식당의 음식물과 환자들의 가검물을 채취해 충남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하는 한편, 식중독으로 판명될 경우 해당 식당은 영업정지나 과징금 처분을 내릴 예정이라고 신속하게 밝혔다. 얼핏 보면 참으로 신속한 행정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냉소를 보내고 있음을 공직자들은 알아야 한다. 만약 일반 시민들이 배탈이 났다면 그렇게 신속하게 음식물 채취를 하고 위법이 있으면 처벌하겠다고 하겠는가. 똑같은 잣대로 행정을 펼쳐야 한다.

우리는 2012년 10월에 세종시청 공무원들이 한 식당에서 저녁을 푸짐하게 먹고 나서 식대를 깎으려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일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세종시 공무원들이 시민이 운영하는 한 식당에서 밥값과 술값을 깎아서 계산하려는 걸 옆에서 바라본 시민이 제보해 기사화된 바 있다.

그날 저녁 회식자리는 '공직자윤리위원회'를 마치고 모인 자리로 이들은 저녁식사를 하면서 술자리를 겸하고 70만원에 가까운 식사비와 술값이 나왔지만 세종시에서 지급된 법인카드로는 50만원 이상을 사용할 수 없어 50만원 선으로 식사비와 술값을 조정하려고 금액흥정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이에 식당 주인이 항의하자 법인카드로 50만원을 결제하고 나머지 금액을 감사관실 한 공무원이 자신의 신용카드로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보도된 그 식당은 나중에 무슨 이유인지 문을 닫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도 실시와 복지예산 증가로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난리다. 자칫하다간 일부 선진국처럼 우리나라 지자체도 파산을 선고해야 할 곳이 수두룩하다.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실정에서 지자체마다 대형 청사 건물을 짓고 흥청망청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구한 말 일본인들에게 나라재정이 망해 나라를 뺏겨버리는 어리석음을 재현할 수도 있다.

선거에 이겨 지자체의 수장이 되면 전임자와는 다르다며 초심을 강조하다가, 조금 지나 전임자의 행태를 거듭하는 것이 대한민국 지자체의 현실이다. 중앙정부로부터 예산만 잔뜩 따오려고 안달을 내다가 연말만 되면 다 쓰지 못한 불용(不用)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 애꿎은 보도블럭만 파헤치는 한심한 작태가 매년 벌어지고 있다.

필자는 이미 여러 차례 칼럼을 통해 대한민국의 공무원들에게 식당 등 서민 상대 외상값을 갚으라고 촉구한 바 있다.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외상값은 매년 언론지상에 단골메뉴로 기사화되고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척결하라는 지시를 내려도 안 고쳐지는 고질적인 문제이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공무원들 “외상값은 제대로 갚았는가” 살펴봐야

되풀이되는 이야기이지만 전국의 각 관공서 앞에 있는 식당이나 술집, 문방구 등 가게에는 보통 외상 장부가 수십 개씩 비치되어 있다. 각 과별로 공무원들이 떼 지어 관공서 주변 식당을 돌아다니며 외상으로 밥과 술을 먹어놓고는 여러 가지 이유로 개운하게 갚지를 않고 질질 끌고 있다.

일부 파렴치한 공무원은 신분상의 위치를 이용하여 힘없는 영세 식당에 외상 거래 장부를 개설해 놓고, 점식은 물론 저녁 회식, 그리고 심지어는 자기 가족 동반 외식까지 해 놓고도 거래 장부에다가 직원회식을 한 것처럼 허위기재를 하거나 개인 돈으로 사야 할 담배 값까지 외상장부에 기재하는 등 가관이다. 관공서 실과 당 수백만원 씩의 외상값을 불려 놓고는 실제 결재는 매달 고작 20만~30만원씩 하다 보니 힘들다. 대표적인 예로 이미 문을 닫은 충북도청 앞의 모 식당은 2년여 거래기간 동안 누적된 외상값 총액이 1억 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니 어지간한 영세식당으로서 외상 매출에 따른 미수금 증가와 유동성 악화로 망할 수밖에 없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런 공무원들의 집단적 외상테러에 시달리다 못한 업주가 관공서에 찾아가 외상값을 갚으라고 요구하면, 그나마 양심적인 공무원들은 “부서 공통경비가 상한선을 넘었다”라거나 “매달 조금씩 갚아주겠다”며 구두 약속이라도 하지만, 파렴치한 이는 “ 그만한 외상은 기본 아니냐”며 면박까지 준다고 하니, 칼만 안 들었지 준강도나 마찬가지라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식중독관련 보도기사<대전일보 캡처>

무엇보다 정신 나간 자들은 “서무담당이 바뀌어서 채무자 행불로 채무확정이나 변제불능이다” “상사채권의 소멸시효가 몇 년인지 아느냐” “음식료대 소멸시효는 1년(?)이므로 채권이 이미 소멸했으니 돈 받을 생각은 접어라”는 등의 언사로 희롱까지 한다니 개탄스럽다.

지금 대한민국 공무원들의 인기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희망직업 선호도에 여실히 나타나 있다. 연예인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한 번 되면 능력이 없어도 끝까지 근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작은 국토에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싱가포르의 경우 공무원들의 연봉이 높은 대신 한번 잘못하면 바로 아웃시키고, 연말에 3%를 옷을 벗긴다고 한다. 한국은 지금 국민들로부터 철밥통이라는 소리와 함께 공직자들이 불신을 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있는 것은 대한민국 공무원의 상당수가 땀을 흘리며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다수 공무원들이 점심을 구내식당에서 검소하게 먹고 있는 데, 고가의 음식값을 지불하며 한정식당에서 자기들만의 점심을 먹는다는 것은 고위직과 하위직을 가리는 행위이다.

물론 지역경제를 위해 주변 식당을 이용해야 하겠지만 원님나팔 불듯이 자주 드나들어서는 곤란하다. 더욱이 외상은 이제 하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식당을 인터넷 사진 자료로 살펴봤더니 실내 상황이 기가 찼다. 한 시민이 “회를 주방이 아닌 카운터 같은 곳에서 썰고 있다는 게 특이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세종시청 공무원들이 먹은 것으로 추정되는 점심특선 중에 초밥이 나왔는데 그 것이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다. 그렇다면 식당의 점검을 평소에 소홀히 한 세종시청 담당과도 질책을 받아야 마땅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식당은 연기군 시절부터 조치원을 대표하는 모범식당으로 알려진 곳이다. 재수가 없으려면 별 일이 다 일어난다고 하지만, 지방 고을의 수장을 모신 가운데 일이 벌어졌으니 원인을 밝혀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되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세종시에 외국인들이 많이 올텐데 세종시 유명 식당에서 식중독에 걸린다면 창피한 일이 아닌가. 지난번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도시락에서 균이 발견되어 망신당한 전례를 참고해야 한다. 세종특별자치시 보건행정의 특별한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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