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자와시 '시민 예술촌'은 어떨까요
가나자와시 '시민 예술촌'은 어떨까요
  • 송두범
  • 승인 2014.10.06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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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범 칼럼]세종시의 시민중심 문화예술도시를 꿈꾸며

   방직공장을 리모델링한 일본 가나자와시 시민예술촌은 일년 365일, 하루 24시간 시민을 위해 개방하고 있다.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으로 매월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하고 다양한 문화활동을 전개해 왔다. 지난 8월 문화가 있는 날 전국에서 개최된 문화행사는 1천4백여 건에 달했다고 한다. 가히 문화의 시대임을 실감한다.

세종시 역시 출범과 더불어 크고 작은 문화예술 공연과 축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고 있다. 정부단위에서 마을단위, 아파트단지별 문화예술행사에 이르기까지 이전 연기군 시절과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이다.

문화예술공연과 각종 축제가 증가한 것은 세종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기회가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문화예술공연 횟수가 증가한 것이 세종시민의 문화예술에 대한 주체역량 강화로 연결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성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문화예술공연이 시장경제의 논리 속에서 규모가 있고 경쟁력이 있는 공급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세종시민은 그저 구경꾼으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문화예술이 보여 주기식 공연방식이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삶의 한 부분으로써 일상화될 때 우리가 말하는 시민중심의 문화예술도시가 실현될 수 있다.

전라북도 전주시와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의 가나자와(金澤)의 사례를 통해 문화예술도시로서의 세종시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가나자와는 일본 혼슈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해와 접한 이시카와현(石川縣)청 소재지로 인구 47만의 일본내 35위권의 도시이다. 2009년 6월 유네스코가 창설한 ‘창조도시 네트워크(공예와 민속분야)’에 등록될 정도로 금박공예, 염색, 상감, 칠기 등 전통공예산업이 발달한 도시이기도 하다.

가나자와가 작지만 세계적으로 ‘창조의 장이 풍부한 도시’로 발전한 요인은 가나자와의 역사문화적 전통을 바탕으로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만나는 시민들과 시민을 중심에 두고 있는 가나자와의 문화정책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가나자와와는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에도 관심을 보여, 과거 방직공장의 벽돌로 된 창고를 ‘하루 24시, 일년 365일’ 시민이 자유롭게 예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획기적인 참여형 문화시설인 ‘시민예술촌’으로 바꾸었다. 한해 25만명이 이용하는 시민예술촌에는 음악, 미술, 연극공방별로 2명씩 일반인이 코디네이터(디렉터)를 맡아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시민디렉터’제도를 도입, 운영함으로써 시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시민예술촌’과 동일한 공간내에 입지한 '직인대학(職人大學)'은 석공, 미장, 기와, 다다미, 창호, 판금, 표구 등 9개 분야의 전통장인을 육성하는 학교이다. 3년간 장인을 육성하는데 정원은 분야별 5명 정도, 학비는 가나자와시에서 전액 지원한다.

가나자와시가 시민들의 예술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문화공간인 ‘창작의 숲’도 빼놓을 수 없다. 메이지시대 민가들을 보존하는 사립박물관을 2005년부터 판화, 직조, 염색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시민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가나자와는 일본 최초의 공업학교를 설립할 정도로 ‘모노즈쿠리(물건만들기)’에 대한 전통과 역사가 강한 지역이었기에 오늘날 창작의 숲과 같은 공간이 가능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04년 개관한 21세기미술관은 전통과 역사의 도시라는 이미지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여느 미술관처럼 외부에 자랑하거나 소수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모든 주민과 소통을 중시한 지역밀착형 공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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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미술관과 지역사회의 공생을 통해 새로운 가나자와의 매력과 활력을 창출해 간다라는 목표로 건립하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딱딱하고 권위적 문화공간이 아니라 지역주민에게 언제나 개방된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외관뿐만 아니라 운영에 있어서도 미술관 중심이 아니라, 관람객들을 위한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인구 47만의 크지 않는 도시의 미술관에 연간 150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이유일 것이다.

가나자와가 문화예술의 도시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문화예술이 공급자 중심의 보여주기보다는 시민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유발하고, 참여기회를 제공해주는 가나자와시 당국의 문화예술정책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 덕분에 가자나와 시민의 1/3이상이 적어도 한 개 이상의 악기를 다루거나,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가나자와에 견주어 세종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 참여는 초보적 수준이다. 문화예술 시설이 부족하여 참여기회가 제한된 면도 있지만, 문화예술활동이 대부분 공급자중심의 공연형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기도 한다.

세종시 출범 3년차를 맞이하여, 이제 세종시의 문화예술도 대규모 공연형에서 탈피하여 아파트 단지 및 지역사회 단위, 시민참여형, 시민주도형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아파트 단지내에서 주민들이 자녀들과 함께 기획하고, 주민들이 참여하여 공연하는 이웃형, 마을형, 공동체형 문화예술활동을 더 소중하고, 가치있게 여기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물론 가나자와시가 세계에서 하나뿐인 21세기 미술관을 도입한 것과 같이 세종시 역시 세계적인 문화예술시설의 도입도 전략적으로 필요하다. 문화예술의 소외지역 원도심 활성화시책인 ‘조치원 청춘프로젝트’에 가나자와 시민예술촌과 같이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 개방하여 시민들의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시설의 도입도 고려해봄직하다.

     
 
 
 
송두범, 영남대 졸업, 행정학 박사(지역사회개발전공), 충남발전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 및 충남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행복도시건설청 세계최고도시만들기 포럼위원, 세종문화원 이사, 이메일 : dbsong@cdi.re.kr

세종시가 문화예술도시를 표방한다면, 대규모 문화예술활동을 유치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공동체내에서 주민의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문화예술활동이 일상화됨으로써 시민들의 문화예술 안목과 역량이 강화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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