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숫자보다는 내실이 중요해"
"조합 숫자보다는 내실이 중요해"
  • 송두범
  • 승인 2014.09.0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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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범 칼럼]협동조합하기 좋은 세종시...설립에 우호적, 자생 환경 필요

 

   세종시중장비협동조합 출범식(2013)

민선6기 세종시 100대 과제에는 “사회적기업 100개 육성으로 공공일자리 창출” 이라는 과제가 포함되어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사회적기업만 아니라 마을기업, 협동조합까지 포함하여 2018년까지 100개를 설립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세종시의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기를 바라면서 특별히, 세종시가 협동조합 하기 좋은 도시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협동조합과 함께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모르긴 해도 농촌주민들의 대부분은 농협조합원일 것이고, 도시주민이라 하더라도 새마을금고나 신용조합에 통장 한 두 개쯤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 운영하시는 기업인들 역시 중소기업협동조합 지원자금 얼마는 사용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가정주부들 중에는 가족의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조합원으로 생협에서 먹을 거리를 조달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미 우리는 협동조합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나 협동조합을 필수조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만일 우리 동네에 신용협동조합이나 새마을금고, 농협은행이 없어진다고 생각해 보자. 돈 많은 부자들이야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당장 가정 경제에 어려움과 생활의 불편함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듯 협동조합은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인 것이다.

우리 나라는 1960년대부터 협동조합법률이 제정되면서 8개의 개별협동조합이 운용되어 왔다. 8개의 개별협동조합은 농협, 수산업협동조합, 중소기업협동조합, 엽연초생산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금액의 출자금과 조합원이 필요하여 쉽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고, 사회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기존 8개 협동조합으로 대응할 수 없는 분야들도 급속히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시대적 환경에 발맞추어 정부에서는 쉽게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하고, 2012년 12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기본법에서는 금융 및 보험업을 제외한 어떤 분야든 5인 이상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 2014년 7월말 현재 5,278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었으며, 세종시는 21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기존 8개 개별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까지 합한다면, 협동조합 영역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할 것이다.

이와 같이 양적으로 급속하게 성장해 왔지만, 협동조합에 관한 한 여전히 갈 길이 멀어보인다. 농협이나 수협 등은 조합원 중심의 협동조합 운영이 아니라 직원 중심의 협동조합으로 변질 된지 오래이다. 소위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 제시하고 있는 협동조합 7대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현주소이고, 협동조합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협동조합이 정체성을 상실한 채 운영되고 있지만, 서민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어왔다는 점만은 부인할 수 없고, 기왕이면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책무가 아닐까 한다.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는 다르게 자발적 결사체와 기업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조직이고, 민주적 의사결정, 1인 1표제, 이용고 중심의 배당, 자본보다는 사람중심의 운영 등 많은 장점을 가진 조직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지역,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세종시와 같은 신도시의 공동체 형성과 선순환 지역경제를 만들어가기 위해 유용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우선 세종시는 공동주택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도시지역과 농업중심의 생산자를 중심으로 한 농촌지역이 공존하고 있어,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협동조합이 설립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도시지역은 세종시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로컬푸드 소비자협동조합, 문화․예술협동조합, 공정여행, 생활체육, 공동육아, 세차, 전통시장, 돌봄서비스, 아파트 공동체, 방과 후 교육사업, 문화공간 조성 및 운영 등과 관련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반면, 농촌지역은 로컬푸드 생산자, 향토식품 제조 및 가공, 건강식품 생산 및 판매, 조경수 생산 및 판매, 축산물 사육, 마을공동체, 농자재 공동구매, 체험관광, 친환경농산물 공동판매, 태양광발전, 적정기술 등과 관련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 물론 도시와 농촌을 결합한 협동조합설립도 가능하다.

   1844년 설립된 소비자협동조합 '로치데일 공정선구자조합'(The Rochdale Society of Equitable Pioneers)

협동조합을 몇 개 설립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협동조합 다운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협동조합은 첫째도 교육, 둘째도 교육, 셋째도 교육이라는 말처럼 교육으로 시작하여 교육으로 끝을 내야 할 만큼 교육이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협동조합을 접함으로써 협력하는 문화를 배양하는 풍토가 요구된다. 세종시교육청에서는 초중고등학교에 학교협동조합 설립에도 관심을 가지고 앞서가는 국내외 학교협동조합 운영사례로부터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민선6기 세종시가 계획하는 많은 과제들 예를 들면, 도심재생, 지역주민공동체 활성화, 전통시장 활성화, 평생교육, 사회적돌봄 강화, 자원봉사 은퇴은행 설립, 다문화가정 지원확대, 조경수 파크 및 유통단지 조성, 로컬푸드, 생활스포츠 육성 등 역시 협동조합 방식을 접목한다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국적 및 대기업 유통업체의 입지로 세종시민의 삶은 편리해지겠지만, 시민보다는 기업이윤을 우선시하는 기업의 속성상 세종시의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언제나 “을”이다. 협동조합이 만능은 아니지만, 적어도 세종시의 생산자와 소비자들이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협동조합 설립에 우호적이고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해 주어야 할 것이다.

송두범, 행정학 박사, 충남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세종특별자치시 안전도시위원장, 공주시정책자문위원회부위원장,
이메일 : songd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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