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의회, 이러면 안됩니다"
"세종시 의회, 이러면 안됩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14.09.01 17:0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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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하루 만에 번복한 결정, "무슨 이유라도 있었나요"

농업 부시장 조례안 통과를 놓고 세종시가 시끄럽다.
상임위에서 보류결정을 내린 지 하루 만에 다시 통과한 걸 두고 ‘의회 운영의 일반적인 관례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의회 다수당이 되면서 진작부터 이같은 우려는 제기되어 왔었다. 그 우려가 너무 빨리 현실로 나타났다. 실로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시하다시피 의회역할을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이다. 시민을 대신해서 집행부 감시와 견제를 통해 행정의 독선을 막아야 한다. 하루 만에 번복 결정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의회 기능의 포기로 밖에 볼 수 없다.

몇몇 의원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말이 안 된다”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일도 벌어졌다. 해당 상임위 책임자는 “나도 죽겠다” 며 복잡한 심경을 동료 의원들에게 토로하기도 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말이 안 되는 걸 다 알면서 통과시켰다는”는 얘기가 된다.

상임위에서 보류된 안건은 보완하고 수정해서 다음 회기 때 통과를 시키는 게 상례다. 그게 집행부와 의회 간에 서로를 존중해주는 기본 틀이 되고 있다. 아무리 급해도 이 원칙은 지켜주는 게 시민을 대표하는 의회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물론,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춘희 시장의 공약사항이고 이재관행정부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9월 중 임명’을 천명한 안건이기도 하다. 그만큼 중요한 사항이었고 8월 임시회 통과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의회 입장에서 보면 ‘보류’에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예우문제, 업무 분장 등 농업 부시장의 역할이 명확하지 않았다. 의원들간에도 ‘보류’에 이의가 없을 정도였다. 이해 할 수 없는 모호한 조례 내용이 발목을 잡게 만들었다.

시장의 중요한 공약을 대충 만들어 시의회에 통과를 요구한 실무부서가 맨 먼저 지탄을 받아야 한다. 사안 자체가 논쟁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걸 어설프게 상임위에 올린 해당 부서의 안일한 행정이 화근이 되었다.

애시 당초 명확한 논리로 농업부시장제도의 필요성을 확실하게 제시했다면 ‘보류’시킬 이유가 전혀 없는 안건이었다. ‘대충 대충’의 이면에는 시의회에 대한 무시까지는 아니더라도 ‘넘어가 주겠지’라는 안일함이 자리했을 것 같다.

시의회의 번복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잘못된 ‘관례’라고 한다면 보편타당성을 부정하는 것이고 꼭 필요한 안건이었다면 전날 통과를 결정했어야 할 일이다. 스스로 견제와 균형이라는 의회 역할을 포기한 셈이다. 집행부의 훌륭한 거수기가 된 것이다.

   김중규 대표기자

진보적인 입장에서 성명을 자주 발표하는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성급한 처리”라는 비판과 함께 “집행부의 시의회에 대한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용어는 순화했지만 입법과 행정의 독립을 전제로 본연의 역할을 재차 당부했다.

하루만에 번복한 한심한 결정은 의회의 본연의 역할을 새삼 생각케 한다. 아무리 당을 같이하더라도 시의회가 집행부 논리에 함몰되어서는 곤란하다. 독립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체면과 격식을 갖추는 모습이 필요하다. 사족이지만 민심은 바로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잘못된 건 반드시 기억한다. 이번일을 계기로 집행부와 의회의 달라진 모습을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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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 2014-09-10 21:03:30
잘한다 잘해...역시 세종시의회

미친놈 2014-09-02 19:27:53
이것은 의회도 문제고 집행부도 문제지요.
한마디로 연기군의 한계릉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면 되는 것이죠.
김중규 기자님
세종시는 아직 무니만 광역시지 기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는 것을 이해해주세요.

혹시 2014-09-02 14:39:56
농업부시장...위인설관은아닐까??
그렇치않으면졸속으로처리하지말어야지
자꾸냄새가....

세종시민 2014-09-02 08:24:16
집행부와 여당의 오만함 극치이죠. 결국 똑같죠. 그렇게 전 시장과 새누리의원 욕하더니. 그나마 참여연대와 세종소리가 중심을 잡고 있어서 다행이죠. 공약에 대한 무책임도 문제지만 지나친 집착은 더 큰 재앙을 만들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지? 전 시장과 난 다르다는 것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요? 천천히 한 걸음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