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사를 모르고서 어찌 무술을...”
“소림사를 모르고서 어찌 무술을...”
  • 김장수 유성태극권전수관장
  • 승인 2014.08.20 11:51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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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무인들, 중국무술 고향가다 <7> 무술의 중심지 소림사

 1992년 1월초 소림사 대웅보전 앞에서 석만행 대사와 그의 제자들 앞에서 호권을 시연해보이는 필자의 모습.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모습이라 감회가 새롭다. 
중국 숭산 소림사는 하남성 등봉현에 있으며 중국불교인 선종의 본 고장이다. 소림사를 최초로 창건한 사람은 인도 승려인 발타스님이다. 그 후 인도 승려인 달마스님이 소림사로 들어와 중국불교 선종(禪宗)의 시조(始祖)가 되었으며, 달마스님은 인도에서 세수경(洗手經)과 역근경(易筋經)을 가지고 와 소림무술(少林武術)의 기초가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모두가 낭설이라고 주장하는데, 자세한 것은 역사적 사실을 좀 더 연구하면서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소림무술 발전과정을 전하는 바에 의하면 달마조사(達磨祖師)는 나한(羅漢) 18수를 전하고 후대에 각원상인(覺遠上人)에 의해 72수로 발전하였다. 중국 산서성(山西省) 사람인 백옥봉(白玉峰)은 평소 무술에 심취해 강호(江湖)에서 많은 협사(俠士)들과 사귀며 유랑하다 각원상인을 만났다. 상인(上人)의 뜻은 지덕이 갖추어져 있는 불제자, 또는 승려를 높이어 일컫는 말이다. 각원상인을 스승으로 모신 백옥봉에 의해 소림권은 170수로 늘어나 오늘에 이르렀다. 이후 백옥봉은 소림사로부터 추월선사(秋月禪師)라는 법호(法號)를 받으면서, 현재 무림인들은 소림무술의 대표적인 인물로 달마조사를 비롯하여 각원상인과 추월선사를 함께 추앙하고 있다.

 2001년 2월초에 마홍선생에게 진식태극권전수를 받고 있는 필자의 모습.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소림권은 원나라 이후에 발전된 상형권이다. 상형권은 소림오형권 또는 나한오형권이라고도 하며 당랑권(사마귀권법), 후권(원숭이권법), 응조권(독수리권법), 취권 등 많은 상형권에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 각종 무술시합에서 상형권 종목으로 분류되어 경기를 한다.

상형권 무술에서 대표적인 것은 형의권인데 형의권은 동물에 외형적 측면보다는 내면적인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소림권은 내면은 물론이고 외면적인 측면에서 동물의 형태와 똑같이 표현하는 것을 추구한다. 그것은 영화에서도 볼 수 있으며 소림권법(少林拳法) 중에서 상형권(象形拳)에 대표적인 것이 소림오형권(少林五形拳)이다. 오형권(五形拳)은 용호표사학(龍虎豹蛇鶴)으로 용권(龍拳)은 용신(龍神)이라 하여 머리를 좋게 하고, 호권(虎拳)은 호골(虎骨)이라 하여 뼈를 튼튼하게 하고, 표권(豹拳)은 표근(豹筋)이라 하여 근육을 단련하고, 사권(蛇拳)은 사기(蛇氣)라 하여 기를 단련하고, 학권(鶴拳)은 학정(鶴精)이라 하여 정을 보한다고 하였다. 이렇게 발전한 것이 소림무술(少林武術)의 완성이다.

소림사는 1,500여 년의 유구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3번이나 불에 탔으며 문화혁명이후에는 모든 스님을 절에서 내쫓아버렸다. 그 후 등소평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80~90년대 소림사는 새로운 전기를 만든다. 내가 소림사를 처음 찾을 때가 1992년 1월초였다. 당시 나는 화교학교(대전 중구 대사동 소재)에서 쿵푸를 가르치는 선생이었다. 그 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도 동아리 영무회의 회원들도 지도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초창기 쿵푸는 십팔기로부터 시작하여 쿵푸 또는 우슈로 발전하게 되었다. 쿵푸(功夫)는 '수련하다'는 뜻으로 우리말로 공부이며, 중국 발음으로 우슈(武術)는 무술이란 뜻이다. 여기서 흔히 말하는 십팔기는 사실상 우리나라 전통무예로 무예도보통지 24반 무예를 십팔기라고 했다. 십팔기가 쿵푸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대만(자유중국)에서 쿵푸 교류가 있었는데 쿵푸는 비슷한 십팔기와 교류하면서 대한쿵푸십팔기협회가 되었다. 1980년대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대만과 무술교류가 활발하던 차에 나도 1984년에 우리나라 대표로 10월10일 쌍십절 국제쿵푸대회에 출전도 하였다. 대한쿵푸십팔기협회는 대만과 교류하면서 대한쿵푸협회로 변경 1990북경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대한쿵푸협회는 대한우슈쿵푸협회로 바꾸어 오늘에 이르렀다.

 김양태 이사님이 숭산 이조암 정상에서 소림무술을 멋지게 시연해 보이고 있다. 
무술이나 예술을 하다보면 내가 하는 그 동작이 어느 시점에 가면 스스로 의심을 품께 된다. 나는 그 시기를 “동작의 전환점”으로 본다. 그 과정을 극복해야 오래 동안 수련을 할 수 있다. 그런 과정이 없으면 나이 들어 자기운동은 안하고 권위만 생겨 몸만 늘어나는 것을 주변 체육인들을 흔히 볼 수가 있다. 동작의 의문이 풀리는 순간 “창작이 가능”하고 동작에 철학이 깃든다. 나 역시 동작에 의문이 생기는 순간 중국무술을 하는 사람이 소림사도 모르고 어찌 중국무술을 논하겠는가? 하는 마음에 중국을 처음 방문한 것이 1991년 12월 25일이다.

그 후 중국무술을 수십 차례 중국에 가서 배워왔다. 내가 처음 소림사를 찾은 것은 1992년 1월 초였다. 당시에는 매표소도 없이 자유스럽게 소림사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들어가는 입구에 매표소가 생기고, 지금은 낙양에서 숭산을 넘나드는 등봉으로 가는 삼거리입구에 소림사 매표소가 설치되어 관광객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표를 사고 나니 소림사정문 셔틀버스가 상시 운영되고 있었다. 10여분 정도 셔틀을 타고 가면 소림사정문에 도착한다. 차래로 정문입구에 들어서면 각종 비문이 있다. 비문(비문에는 각종 역사 시대적 배경을 새겨져 있음)을 지나면 사천왕사가 있다. 그 앞에는 대웅보전이 있는데 이연걸의 소림사영화(당태종이 소림사 13무승의 도움으로 집권하는 내용)가 이곳 대웅보전과 소림사 배경으로 촬영되어 많은 화제가 됐던 곳이다.

 소림사정문 앞에서 이번에 중국기행을 함께 한 유성 태극무술관 수련생 일행이 함께 했다. 
언제부터인가 대웅보전 옆 오른쪽에서는 소림무술 시연이 2시간마다 공연을 한다. 물론 별도에 입장료를 내야 한다. 소림무술을 보는 순간 상업적으로 전략되는 듯한 인상을 감출 수가 없었으며, 전에는 없던 주변 경내에 학인(공부하는 스님) 스님들이 경전 공부하는 모습 역시 "이것은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는 이에 따라 생각이 다르겠지만, 수행의 도량이 아니라 관광객에게 보여주는 소림사가 되어 버린 것 같아 아쉬웠다.

소림사 경내를 나와 뒤쪽으로 가면 바로 달마조사의 초조암(初祖岩)이 있으며 위로는 달마가 9년 면벽 동굴인 달마동(達磨洞)이 있다. 올라가려는 순간 입구에 출입금지가 있어 올라가지 못했다. 위쪽으로 올라가면 그 유명한 탑림(스님의 무덤)이 나온다. 크고 작은 탑들은 스님의 공덕(功德)에 따라 높이가 결정된다고 한다. 그곳을 지나 위로 더 올라가면 케이블카를 타는 곳이 나온다. 10여 분정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혜가(慧可)스님의 이조암(二祖岩)이 나온다. 중국 선종의 초조인 달마대사와 그의 제자 혜가대사가 묻힌 숭산(嵩山)은 후대에 순례객을 맞이하여 중국 선종불교의 메카가 되고 있다.

혜가(慧可)는 원래는 유학자였다. 혜가가 태어난 시기는 중국이 역사상 가장 혼란한 시기 중 하나가 수나라와 당나라 초기라 한다. 수나라 양제는 100만 대군으로 고구려정벌에서 을지문덕에 패배당했으며 이후에 당태종도 고구려침공 때는 연개소문에게 당한 후유증으로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후 당고종은 소정방을 앞세워 나당연합국으로 백제를 멸망한 후 소강상태에서 설인귀를 앞세운 측천무후가 고구려를 멸망케 한다. 그 측천무후는 자기 자식까지 죽여가면서 최초의 여황제가 된 후 용문석굴(향산사)을 짖고 향산사 석루에서 자기 이상의 세계를 꿈꾸었으며 이곳 숭산에 가장 높은 이곳 혜가(慧可)의 이조암에 올라 자기가 직접 숭산(嵩山)이라는 글자를 새겼다. 유성태극무술관 수련생인 김양태이사님이 이곳에서 숭산에 올라 멋진 쿵푸 소림권 자세를 취했다. 혜가스님도 처음 출가한 곳이 이곳 소림사가 아니라, 낙양 용문석굴 앞 향산사에서 출가하였다고 하니, 이곳 소림사 역시 중국불교의 본고장이면서도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그런 그곳이 상업주의에 물들어가는 그런 모습이 왠지 모르게 쓸쓸함이 느껴졌으며 곧 우리는 발길을 돌렸다.

 무술시연장에 내결린 면벽9년 달마대사의 대형그림이 낯설지 않다. 

 소림사 상약당 앞에 자리한 약사보살상이 중생들의 아픔을 치유해주고 있다.
 
인자하게 보이는 노스님이 위의를 갖추고 법당 앞을 지나고 있어 합장 인사를 드렸다. 

 무술시연장에서 소림사 무술승이 관객에게 원숭이권법을 시연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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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2014-09-10 23:22:34
이글을 통해 원숭이권법이라는것도 알겠되네요 정말많은걸알고갑니다

나라한 2014-09-10 22:56:52
관장님 마홍선생님께 전수 받으시고 정말 멋있으세요!!!
짱입니다!!!

우쿵 2014-09-07 09:23:37
20여년 . . 중국 수교 이전, 일찌기 어려운 걸음 하셨네요.
감회가 깊으셨겠습니다.

셋째 2014-08-24 10:04:18
멋져요!!!!

엉덩이를씰룩 2014-08-22 08:54:19
소림사까지! 재밌게 읽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