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으로 민원인 상대해서야…"
"턱으로 민원인 상대해서야…"
  • 신도성 편집위원
  • 승인 2012.06.19 14:0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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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성 칼럼]세종시 공무원 필수조건..."겸손과 친절"

공무원이란 뜻을 국어사전에 보면 ‘국가 또는 지방 자치 단체의 업무를 담당하고 집행하는 사람’이라고 적혀 있다.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에 의해 보장된다. 하지만 이에 따른 법적 책임도 막중하다.

그만큼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관료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일거수일투족은 백성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역사에서 관이 부정부패가 심해지면 나라가 망하는 꼴을 보아왔다. 공무원이 깨끗해야 나라가 강해진다.

7월에 역사적인 세종특별자치시 탄생을 앞두고 일부 저질 공무원들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면만 할 게 아니라 냉정하게 인정하고 귀담아 들어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본보에 ‘낮술 먹고 회의 참석하는 공무원까지 혜택(?)’ 기사가 나간 후 독자들부터 숱한 제보가 들어왔다.세종특별자치시가 되기 전의 연기군청 공무원에 대한 주민의 소리를 소개해본다.

“전반적으로 매우 시건방져졌어요.” “올라갈수록 벼처럼 겸손해져야 하는데, 보리처럼 꼿꼿이 고개를 들고 있어요.” “연기군청에 들어가면 계장급 이상은 모두가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고, 모두가 시장이 됐어요.” “어떤 과장은 민원인이 담당자를 물으면 귀찮다는 듯이 턱으로 가리키는 극히 오만불손한 태도가 여전합니다.”“연기군청, 경찰, 교육 공무원 등 100명이면 70~80명은 거의 대전 등 외지에 주소를 둔 경우가 많아요.”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가 불친절하거나 근무시간에 술을 마시거나, 뇌물 받아 좌천되는 경우 등을 합해 삼진아웃제라도 시행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시장당선자 집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공무원들이 긴 줄을 서서 기다려 주민들이 욕하고 있습니다.” “양주가 집에 꽉 차 있다는 게 사실인가요” “처음 외지에서 이사와 정당한 방법으로 군청에서 인허가를 받으려고 하는데 일단 무조건 안 된다고 하더군요.” “텃세도 무척 심해 전국에서 기업하기가 제일 힘든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가 어려운 요즘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상한가를 치고 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원하는 직업 중 교사와 함께 선두권이다. 사기업처럼 구조조정도 거의 없고 어지간한 잘못을 저질러도 쫓겨나는 일도 적다. 그러다보니 ‘철밥통’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백성의 세금으로 사는 만큼 교만하지 말고 겸손해야

백성의 세금으로 나라의 녹을 먹으며 사는 공무원들이야말로 하늘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등 따습고 배부를 수 있음은 자신이 잘 나서가 아니라 주위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많은 백성의 고혈에서 나옴을 인식하여 교만하지 말고 겸손해야 할 것이다.

공직자를 볼 때마다 조선시대 청백리 이원익 정승이 생각난다. 오리(梧里)정승 이원익(李元翼:1547∼1634)은 선조, 광해군, 인조 3대 임금에 걸쳐 네 번이나 영의정을 지낸 청백리로 숱한 일화를 남겼다. 오리정승은 한 나라의 재상을 4번씩이나 거듭했으면 대궐 못지않은 으리으리한 집에서 많은 하인들을 거느리며 좋은 옷에 좋은 음식을 먹고 편히 지낼 수도 있었건만, 스스로 농사짓고 손수 돗자리를 만들어 팔아 생활하였다.

오리정승은 정승으로 있으면서도 자신의 집에 드나드는 대문이 기울어져 있음에도 버팀나무를 대어 쓰러지지 않게 하고 지냈다. 하루는 평양감사로 가 있던 아들이 돌아와 보고는 곧 하인을 시켜 수리하게 하였다. 마침 조정에서 나오던 오리 정승이 보고는 누가 시킨 일이냐고 묻더니 아들을 불러 꾸짖었다.

"아비가 정승이고 아들이 감사인 이 집에 근심할 것이 무엇이 있느냐.  나는 아침저녁으로 이 대문을 드나들며 대문이 쓰러질까 조심하며 지낸다. 사람이 걱정하고 조심할 대상이 없으면 마음이 안일하여 더욱 큰 화를 부르는 법이다"라고 질타했다. 이것은 영화가 있을 때 재앙을 걱정하는 현명함을 보인 이야기라 하겠다.

오리정승은 나라를 다스림에 백성을 위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고 주장하며, 그 빈곤한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해야 백성이 좀 더 편안해 질 수 있고 살기 좋게 해 줄 수 있을까하여, 백성들의 물질적, 육체적 세금 부담을 줄이려 애썼다. 머리가 숙여진다.

임진왜란과 인조반정 등 극심한 혼란 속에서도 이원익 정승이 88세까지 장수를 누릴 수 있었음은 아마도 평생 베풀고 나눠주는 삶 속에서 항상 보람과 기쁨을 얻으며 생활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곧 세종시 공무원이 되는 연기군 일부 공무원들이 제대로 공직자로 살려면 혁신적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그 수준은 개과천선(改過遷善)을 넘어 괄목상대(刮目相對)가 되어야 한다.

7월 1일이 되면 과거의 연기군은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세종시가 대한민국 중심으로 우뚝 선다. 연기군청의 공직자들도 기초단체 공무원에서 광역단체 공무원으로 파격적인 승격은 물론, 일부 공무원들은 세종시 출범으로 인해 승진의 특혜를 입는 등 능력 이상의 대접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철없는 공무원들이 정신 못 차리고 근무시간에 음주를 하는 등 한심한 추태를 연출하고 있어 문제다. 이 시점에서 감사원의 특감이 필요하다. 개중에는 충남지역 지자체 공무원 회의에 앞서, 술을 마시고 참석해 망신을 당하는가 하면, "공무원 조직에 들어와 선배들에게 점심시간 술 마시는 것을 먼저 배웠다"는 소리를 마치 자랑하듯 내뱉어 ‘수준 이하’의 티를 드러냈다.

뇌물받고 좌천됐다가 본청에 복귀해 승진하는 등 옥석구분 안돼

뿐만 아니라 건설업자로부터 뇌물과 향응을 접대 받고 발각돼 면사무소로 쫓겨났다가 본청으로 복귀해 승진한 공무원도 있어, 이래저래 세종시 출범으로 공무원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옥석구분이 안 되고 있다는 내부 불만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지자체 선거로 민선 지자체장이 선출되면서 임기 내내 선거운동에 매진하다보니 산하 공무원들에 대한 기강해이를 다스리지 못한 폐단이 걱정스러운 것이다. 지연과 학연, 혈연으로 패거리를 나누어 공직사회에서 벌어지는 구조적인 인사제도를 개선해야 함에도, 능력 없고 부도덕한 인사가 앞서 승진하는 눈도장식 인사가 부패의 먹이사슬을 막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의 행정중심도시인 세종시에서 일부 자치단체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했던 부패무능 공무원 퇴출을 위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음주와 폭행, 뇌물 등으로 걸린 공무원에 대한 삼진아웃제도 나라의 장래를 위해 시행해야 한다.

선진국 공무원처럼 우리나라도 이제는 공무원이라는 특수한 신분으로 시민들을 상대로 자행한 온갖 비리와 위선의 관례를 척결해야 한다. 세종특별자치시의 출범에 따라 공무원들이 특별한 혜택을 받았다면 그 특별한 수혜는 최종적으로 주민에게 돌아가야 한다. 종전처럼 근무시간에 술 마시고 민원인을 턱으로 가리키며 거만하게 대하는 연기군청의 공무원이 단 한명이라도 있어선 안 된다. 민원인을 대할 때 “주민이 왕”이라는 자세를 지니고 최상의 행정 서비스로 변신해야 한다.

세종시 탄생과 함께 과거의 건방진 공무원에서 탈피하여 겸손한 공무원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모두가 산다. 오리 정승처럼 무너질듯한 집 대문을 보면서 교훈을 삼듯이 세상 무서운 줄을 알아야 한다. 시종일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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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 2012-07-01 05:05:02
만약 앞으로도 그런 공무원이 있다면 턱주가리를 부셔버려야 합니다. 이영님 말씀데로 겸손해서 손해볼건 없거든요.

이문근 2012-06-22 07:15:07
정말 한 국가의 공무원이라는 사람들이 !!! 국민의 세금으로 사는 사람들이 !!! 같은 사람으로써 창피함을 느낍니다. !!! 교수님 화이팅입니다~≥▼ ≤ !!!

김이영 2012-06-20 11:38:07
사람은항상겸손해야됩니다
겸손해서손해볼건하나도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