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등쳐먹는 축제입니까”
“시민들 등쳐먹는 축제입니까”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4.08.03 21:50
  •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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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복숭아 가격에 시민 불만, 가격 논란에 판매량은 급감

 '제2회 세종조치원복숭아축제'에서 세종시복숭아연합 작목회는 지난해 보다 적은 5~6천 상자만을 판매하는데 그쳤다. <사진은 축제 첫날인 2일 오후 복숭아가 팔리지 않아 쌓여있는 모습>
“아니, 싸게 팔면 될 거 아닙니까. 비싸게 팔아놓고 안 팔린다고 죽는 소리하면 되냐고요. 소비자가 봉입니까. 시민들 등쳐먹으려고 하는 것이 축제입니까.”

지난 2일 오후 ‘세종조치원 복숭아축제’ 행사장 인근에서 한 시민이 던진 말이다. 화가 단단히 나있던 이 시민은 “복숭아 가격이 시중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며 “농민들이 축제의 본질을 망각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3일 폐막식을 끝으로 ‘세종조치원 복숭아축제’가 성황리에 마무리됐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비싼’ 복숭아 가격으로 인해 축제의 빛이 바랬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 주된 이유다.

시민 누구나 즐기는 축제가 지나치게 이윤을 앞세우는 ‘상술’로 얼룩졌다는 지적과 함께 판매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축제에 참가해 다양한 문화행사를 즐기고, 아울러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는 즐거움도 원하고 있다.

농민들의 반론도 있다. 행사장에서 판매되는 복숭아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세종시복숭아연합 작목회 측은 “축제기간 중 판매하는 복숭아는 5가지 우수한 품종을 엄선한 최상품”이라며 “일반 시중에서 판매하는 정체불명의 나무상자에 들어있는 것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축제에 판매된 복숭아 가격은 4.5㎏기준 9~11과 4만원, 12~13과 3만 7000원, 14~15과 3만 3000원, 16~17과 2만 9000원, 18~19과 2만 5000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복숭아가 비싸다는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축제를 며칠 앞두고 전국 복숭아 출하량이 늘면서 시중가격이 갑작스레 하락한 것이 원인이 되고 있다. 축제 10여일 전에 이미 결정된 복숭아 판매가격이 시중가보다 비쌌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작목회 관계자는 “갑작스레 시세가 변동해 급히 가격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따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보다 개최 장소가 변경된 것이 더 큰 이유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지난해까지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서 열렸던 축제는 이번에 처음으로 세종전통시장으로 자리를 옮겨 개최됐다. 이전까지는 고려대라는 ‘독립적인’ 공간에서 축제를 진행, 세종시복숭아연합 작목회의 복숭아만이 판매됐다. 하지만 올해부터 전통시장 상인들도 복숭아를 판매하면서 작목회 측이 공급한 복숭아 뿐만 아니라 다른 저렴한 복숭아를 같이 판매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작목회와 상인들이 동시에 복숭아를 판매,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면서 이른바 ‘개방된 시장’이 형성됐다는 해석이다. 다시 말해 판매가 이원화되다보니 가격비교가 눈에 띄게 쉬워졌다는 것이다.

 올해 복숭아 축제에서는 작목회와 전통시장 상인들이 동시에 복숭아를 판매해 ‘개방된 시장’을 만들었다. <사진은 시장 상인들이 판매하는 복숭아 모습>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작목회와 상인회는 축제기간 동안 모두 작목회 측 복숭아만을 팔기로 ‘약속’했으나 축제 첫날부터 이 같은 약속은 깨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시장논리를 앞세운 상인들이 2배 이상 싼 복숭아를 공급하는 ‘덕분’에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늘었고, 작목회의 복숭아는 ‘비싼’ 복숭아로 낙인찍힌 꼴이 됐다.

이유야 어찌됐든 가격책정 실패로 이번 축제에서 복숭아 판매량은 크게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축제가 전통시장에서 열려 세종시민들의 방문은 증가한 반면 홍보 부족으로 외지인들의 방문은 크게 줄어, 판매량 감소로 이어졌다는 게 작목회의 자체적인 분석이다.

작목회 측은 올해 축제에서 복숭아를 지난해 보다 2천 상자 많은 4.5㎏들이 1만 3천 상자를 준비했지만, 고작 5~6천 상자만을 판매하는데 그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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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모씨 2014-08-22 12:01:37
실망이 큽니다. 세종시에 살지만 조치원복숭아 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들게 됨.

윤모씨 2014-08-13 17:17:53
조치원 복숭아 맛없다는거 이미 주변 지역 사람들 다 압니다.
대부분 조치원 복숭아가 아닌 다른지역 복숭아 가져다 팔면서 바가지 씌운다고 알고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파는 복숭아는 다 사기라고 알고 있습니다.
복숭아 상인들 모두 새로시작하지 않으면 복숭아로 성공하기는 글렀습니다.

dkdlrn 2014-08-12 09:53:34
연합회나 시공무원이나 상인이나 생산자가 소탐대실 하셨구려,,
축제는 뭐가 축제인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작품이었어요
내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고, 당사자는 욕심 때문에 그렇고, .....
더구나 부정적인 심성이 맘 한가운대를 가로 질르고 있으니 단합이 됭야죠??
앙~~돼여
좀 하려면 하는 거 답게 합시다, 오히려 망신 축제가 되어 버렸슈....
축제가 끝나면 아쉬움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닝가?
상품을 싸게,,,

조치원사람 2014-08-11 21:19:36
이번 복숭아축제는 시장에서 열려서 처음으로 도로를 마음놓고 왕래하며 모처럼 활기가 있어서좋았다, 앞으로도 시장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에서 계속 열었으면 좋겠다. 복숭아연합회에서 하는 말은 상회에서 파는복숭아는 질이떨어진다는 말씀인거같은데 상인들을 무시하는 처사인거같네요, 시청공무원은 뭐하는사람들인가요, 가격비교도 안해보고 농민한테 기준가격도 제시못하나요? 복숭아연합회가 그렇게힘센조직인가봐요.

공감 2014-08-11 15:45:38
고향의 향수도 즐기고 축제의 재미도 느끼고 맛있는 복숭아로 고향 자랑도 할 겸 몇 상자 사서 가까운 사람과도 나눠 먹을까 싶어 집사람과 함께 갔지만 가격(당도기준)은 대전의 일반 슈퍼보다 비쌌습니다. 아쉬워서 고향 생각에 한상자만 샀지만 차기 축제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최소한 복숭아 값만 이라도 저렴하게 하여 보다 부담 없이 재미있게 즐기는 홍보 축제로 알려지면 좋지 않을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