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학생에게 맞은 것도 억울한데...”
“어린 학생에게 맞은 것도 억울한데...”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4.07.30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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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폭행 피해자 한 달 째 병원신세, 경찰대응 미흡 드러나

   지난달 29일 조치원여중 3학년 학생들로부터 50대 여성이 폭행을 당한 가운데 이번 사건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행해졌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힘없고 불쌍한 서민이라서 이런 일까지 당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서럽습니다. 학생의 부모가 찾아와 사과만 했어도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 거예요. 속상해요.”

지난달 29일 조치원여중 3학년 학생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50대 여성 박모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흐느꼈다. 세종시 모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그는 이번 일을 통해 우리 사회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박씨는 사건당일 오후 7시 세종시 조치원읍 명동초등학교 인근에서 학생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 집 근처를 시끄럽게 배회하던 열댓 명의 남녀 학생들에게 “다른데 가서 놀아라”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박씨에 따르면 학생들은 곧바로 욕설과 함께 폭행을 가했다. 무리들 중 3~4명의 학생들이 폭행에 가담했으며 한 학생은 급기야 박씨의 뺨을 때리는 등 몸싸움까지 벌였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넘어진 박씨는 벌써 한 달 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딸보다도 한참 어린 16살짜리 학생에게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다는 수치심도 잠시. 가뜩이나 지병으로 몸이 좋지 않던 박씨는 이번 일로 건강이 더욱 악화됐다. 5년 전 급성 폐렴으로 폐 하나를 절제해 그의 폐는 하나뿐이다. 3년 전 허리 수술을 받았던 자리는 충격이 더해지며 상태가 더욱 나빠졌다. 없던 두통까지 생겨났다.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게다가 한 달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한 사건 처리는 박씨로 하여금 사회에 대한 ‘분노’를 증폭시켰다. 박씨는 “가해자 학생의 부모가 한번이라도 병원에 찾아왔어도 이렇게까지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가해자 측 뿐만 아니라 경찰, 학교 등 어느 기관에서도 이번 일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해자 측 부모는 “법대로 하라”며 딸의 폭행에 대해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경찰이 사건 발생 일주일이 훨씬 지나서야 병원에 찾아와 조서를 꾸미자고 했다”면서 “사건을 담당한 조치원지구대가 ‘늑장, 부실수사’를 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참다못한 박씨의 아들이 모 언론사에 억울함을 호소, 사건이 공론화되자 그때서야 경찰의 움직임이 바빠진 눈치다. 특히 28일 언론에 이번일이 보도되자 조치원지구대는 그날 오후 사건을 세종경찰서로 ‘부랴부랴’ 이송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주도적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진술은 세종경찰서로 사건이 이관된 28일에서야 확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즉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나서야 가해자의 진술을 받게 된 꼴이어서,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학교 측은 “요즘 학생들이 예전 같지 않다”며 지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이들이 학교에도 잘 나오지 않는데다가 말썽을 일으킨 아이들이 재차 문제를 일으켜 생활지도에 애로사항이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방학 기간이 겹치면서 학생은 물론 부모조차도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학교 측은 가해 학생을 규정에 의거해 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입장도 덧붙였다. 한 아이의 인생이 걸린 만큼 생활지도를 통해 기회를 줘야 한다는 뜻이다.

경찰 수사결과 주도적 가담자는 2명으로 압축되고 있지만 정황상 집단 폭행으로 보인다. 학교 폭력사건이 학교 내에서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행해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과거 고등학생 등 ‘머리 큰’ 아이들 위주로 발생했던 학교폭력이 이제는 중학생 등 저 연령층까지 확산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누구한테도 하소연하지 못했던 박씨는 사건을 입 밖에 꺼내면서 눈가가 촉촉해 졌다. 입술은 감정에 북받쳐 떨리기까지 했다.

“얼마 전 딸을 잃었는데 이런 일까지 겪다니...” 박씨는 얼마 전 딸이 자살해 이별해야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런 얘기까지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마침내 그는 참았던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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