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과연 약일까요?
세월이 과연 약일까요?
  • 강수인
  • 승인 2014.05.2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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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인의 생활 속 이야기]세월호 참사에서 얻는 교훈...아래로 부터 개혁

 

   가족들과 함께 캠핑갔을 때 카누를 탈 기회가 있었는데 예외없이 구명조끼를 입어야 했다. 그런데 그 강물 깊이가 어른 허리높이에 불과한데도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 없었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흔히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세월이 가면 잊혀지고 상처가 아문다는 뜻에서 위로차하는 말이지만 세월호 참사를 두고 누가 그런 말을 감히 할 수 있을까. 사람이 살아가면서 저마다 아픔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지만 감당하기 힘든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는 사정이 좀 다르다.

자신의 의지와 전혀 관계없이 전쟁과도 같은 아픈 경험을 겪은 사람에게는 그 상처가 시간이 지난다고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총리나 장관 등 책임 소재를 물어 관계자를 처벌하겠다는 것은 한순간의 위로가 될지는 모르지만 근본적인 처방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고통을 현재 진행형과 같이 평생을 안고 사는 그들은 너무 어렵고 아프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아프고 지쳐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예전에는 큰 사고가 나면 사망자, 부상자 운운하다가 사건 관계자 사법처리하고 책임지고 누군가 물러나는 게 틀에 박힌 매뉴얼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사고당한 사람에 대한 심리치료 즉 외상후 스트레스가 언급되기 시작했다. 사고만 대충 마무리하고 보상이란 명목으로 돈을 쥐어주는 그리고 정신적인 상처에 대해서는 방치하고 외면하며 경시했던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평생 잊지 못하고 그 아픔을 아무도 공감도 이해도 못해준다고 생각하며 때로는 분노로 때로는 슬퍼서 울고 몸부림치는 그것이 바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다. 사실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은 당사자를 평생 불행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절대 경시할 수 없는 문제다. 시간으로 치유될 수 없는 큰 아픔과 슬픔, 분노, 불안과 배신이라는 복잡한 감정은 사회생활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투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만 가면 낫는다는 막연한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그들을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선 개개인의 심리치료가 우선이다. 극단적인 장면이나 사건을 눈에서 멀어지게 해서 안정적이고 편안함을 주도록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 또 버티기 힘든 엄청난 사건이었던 만큼 계속해서 같이 공감해주고 아파해주며 사회적으로 반성하고 개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미주리주 히든 밸리(Hidden Valley)에 있는 스키장을 갔는데 가족 모두가 처음이었다. 당시 초등학교 1학년생인 둘째녀석을 전문강사가 1:1로 레슨을 하는데 할수 있을 때까지 가르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자식이 사지(死地)에 내몰리고 또 간신히 죽다 살아 왔는데 그것을 정치권의 싸움의 소재로나 삼아서 누구를 끌어내리는 옛날의 구태는 제발 버려야 한다. 지금은 힘을 합쳐 그들을 치료할 때다. 현재 있는 누군가가 잘못된 게 아니라 이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가 잘못한 것이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책임질 누군가를 만들지 말고 위로부터의 구세대적인 개혁은 이제 그만하기를 바란다.

아래로부터의 개혁, 원인을 찾고 바꿔나가야 한다는 국민 의식이 노란 리본을 타고 물 흐르듯 변할 때 다시는 그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모두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고, 그 ‘안심’이라는 약이야 말로 그들을 진정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강수인, 대전 출생, 대전여고, 충남대 졸업, 침례신학대 영양사, 미국 미주리주 콜럼비아 시 2년 거주, 미용사 자격증 취득 후 노인복지관, 군부대 봉사활동 eskang21@hanmail.net

횡단보도 앞에 섰다. 이제는 법과 질서를 지키는 사람이 요령 없는 바보로 취급되지 말아야 한다. 조금 느려도 이제부터, 나부터, 여기부터 우리가 우리를 지키며 살면 된다. 법과 질서를 지키며 안심이라는 행복을 주는 나라, 정치나 정부가 절대 만들어 줄 수 없다. 바로 나부터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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