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그만둡니다"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그만둡니다"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4.05.14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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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3년 공직을 명예퇴직하는 이순옥 세종시 보건소장

   33년 공직생활을 명예퇴직으로 마치는 이순옥 세종시 보건소장은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감사하고 고맙고 미안해요.”

33년동안 세종지역 주민 건강돌보미 역할을 해온 이순옥 세종시 보건소장(57)은 명예퇴직 신청 후 서운한 감정을 간결하게 표현하면서 “너무 감사했던 건 주변에서 진정으로 아쉬워한 점”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달 30일 보건소 직원들에게 제일 먼저 알리는 게 도리라고 판단, 명예퇴직 의사를 공개하면서 눈물로 반응을 보인 게 너무 고마웠다는 말과 함께 “내가 잘 살아왔던 것 같더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14일 오후 1시 조치원읍 건강길에 위치한 세종시 보건소장실에서 만난 이 소장은 “오랫동안 지병을 앓아온 남편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아쉽지만 사직을 결정하게 됐다”고 저간의 사정을 밝혔다.

1981년도 5월에 9급으로 보건소에 발을 디딘 이래 지난 2012년 7월 1일 세종시 출범과 더불어 4급 승진까지 33년간을 쉬임없이 달려왔다. 정년 2년6개월을 남겨두고 공직을 그만둔다는 점에 대해 못내 아쉬웠지만 주변 상황이 그를 더 이상 주민을 위한 봉사보다 가정과 남편에게 시간을 할애하도록 강제했다.

“남편이 아프지 않았으면 계속 다녔을 것”이라는 그는 “세종시 출범 이후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저녁 9시에 퇴근하는 일이 많아진데다가 남편 건강 악화로 공직을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며 씁쓰레 했다.

“현 보건소 건물을 2009년에 지었는 데 그게 공직 생활 가운데 가장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6개월 내에 건물을 확정하지 않으면 국비와 지방비 예산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적으로 직원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건물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직원들이 너무 고마웠다”는 말을 짧은 인터뷰 시간 동안 몇 차례 얘기했다. 그만큼 보건소와 구성원들에 대한 애정이 많은 것으로 보였다. 당부의 말도 그랬다.

“보건소가 시 행정과 마찬가지로 단층제이어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시청에서는 보건 정책을 수립하고 일선 보건소에서는 주민 건강을 보살피는 행정의 이원화가 필요합니다. 그러자면 세종시청에 보건정책과가 신설되어야 합니다.”

퇴직 후 남편을 돌보면서 적절한 수입을 가져올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는 그는 “이왕이면 보건업무를 전공한 의사가 후임 소장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후임 세종시 보건소장은 개방직으로 공모를 거쳐 임명하게 되며 15일 모집 공고를 내고 오는 6월말까지 채용절차를 마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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