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세종본부 ‘시스템’, 과연 정상인가
LH세종본부 ‘시스템’, 과연 정상인가
  • 곽우석 기자
  • 승인 2014.05.07 15: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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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세월호 사건 거울삼아 올바른 시스템 구축 계기로 삼아야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온 나라가 적막에 빠져있다. 선원들에 대한 안전교육, 과적상태 운항, 사고처리 문제 등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사고는 사람이 막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시스템’ 가동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 사건이다.

지난달 본보가 보도한 <‘핑퐁식’ 언론 대응, 한심한 LH>도 언론대응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지적한 것이었다. 당시 기자는 신축 중인 세종시 홍보관의 정화조가 용량 미달이라는 제보를 받고 취재 중 언론의 취재요청을 응대하는 공기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태도를 지적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의 신기남 국회의원(서울 강서갑) 측도 사실 확인과 함께 본보 보도에 대한 LH 세종특별본부장의 의견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주 신 의원실 측이 본부장이 제출한 의견서를 본보에 보내온 것을 보면 LH의 시스템 구축은 요원해 보였다.

본부장은 의견서를 통해 “세종시 등록 언론기관이 150여개에 달하고, 각 언론사마다 자료 요구가 빈번하며, 또한, 과도한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도 다수여서 취재 대응에 애로점이 있다”라고 답변했다. 또, “앞으로 공사에서 보유하는 자료에 대해서는 관련법 등에 제한이 없는 경우 신속히 제공하고, 취재에 친절하게 응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를 풀어보면 세종시에 너무 많은 언론기관이 등록해 있어 업무 처리에 고충이 있다는 것이었다. 또, 이 언론사들의 과도한 자료 요청에 애로점이 있다는 얘기였다. 잘못한 점에 대한 사과는 없고 변명만 나열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본부장의 답변을 보니 LH세종특별본부의 현 ‘시스템’ 역시 세월호 사건처럼 위태롭다는 느낌이 강하게 스쳤다. 무슨 일이 터져도 한번 터질 것 같다는 예감이었다.

당시 본지는 보도와 관련된 직원 외 다른 이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적이 없었다. 본부장은 보도와 관련해 부하직원들의 답변만을 듣고 의견서를 국회의원 실에 제출한 것이다. 적어도 한 본부를 책임지는 본부장의 위치에 있다면 보도와 관련해 한번쯤의 ‘확인’은 했어야 정상이라고 본다. 단지 “정화조는 정상 시공했으니 문제없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된다.

LH세종특별본부장의 의견서를 보면 사실과 관련해 모르는 것이 있는 듯 해 다시 한 번 짚어보려 한다. 당시 취재 과정에서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바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과 ‘공기업으로써의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먼저 당시 주택사업부는 언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정화조 용량을 확인하겠다는 기자의 요청에 K차장은 “대외협력팀에 요청하면 관련 자료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어겼다. 정식 절차대로 요청하면 제공하겠다는 것이었으나 이후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이를 번복하고 설명조차 없었다.

또한, 대외 협력팀은 구체적 데이터 없이 “그냥 믿어 달라”는 단순하고 일방통행 식 행정을 펼쳤다는 것이다. 공기업인 LH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기업이다. 당시는 모아종합건설의 ‘철근 없는 아파트’로 세종시가 발칵 뒤집혔을 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실시공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궁금하면 당신이 전화해서 알아봐라”라는 식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발주처로써, 하청업체를 관리하는 주체로써 공기업은 적극적으로 해명을 했어야 했다. 이 점이 아쉽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간과한 채 단지 언론사 수가 많다는 것과 과도한 자료요청 운운하는 것은 핵심을 비껴가도 한참 비껴갔다.

세월호 사건으로 온 국민이 ‘시스템’의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행복도시 세종시도 이미 한차례 ‘철근 없는 아파트 시공’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어쩌면 입주 전에 사건이 터진 게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른다.

조현태 본부장은 지난 1월 초 LH세종특별본부장에 부임했다. 당시 조 본부장은 취임사에서 “올해 예정된 3단계 정부청사 이전과 국책연구기관의 성공적인 이전 마무리에 만전을 기하고, 도시자족기능 및 앵커시설 유치 등 행복도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H세종특별본부도 ‘시스템’을 재정비해 행복도시건설이 마무리되는 그날까지 별 탈 없기를 바란다. 조 본부장이 밝힌 대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행복도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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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2014-05-08 15:23:13
성실하고 의욕적으로 활동하는 언론인중 한사람으로 알고는 있었지만은
역시 곽기자님이 잘 짚으셨네요.
정화조 용량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제 숨기고 감추는 시대는 갔습니다.
모든것 오픈시켜 투명하고 건전한 사회가 되어야
선진국으로 한발짝 더 다가설 수 있습니다.
함게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갑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