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다보면 기억의 한 페이지를 채우는 것 중의 하나가 ‘수학여행’ 일 것이다. 이제는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3일간 인솔해야 하는 약간의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오는 체험학습의 하나이지만 학생들에게는 중학교 3년간 가장 기다려지는 활동이다.내가 근무하는 연서중학교는 전체 6학급의 소규모 학교여서 3년에 한 번씩 전교생이 수학여행을

올해로 교직경력 17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때론 행복한 나날이 때론 힘들고 지친 나날들이 모여 17년이라는 시간을 만들어냈다. 그 동안 나는 담임교사로 1년마다 30여명 안팎의 아이들을 새롭게 만나 각기 다른 추억을 만들어왔다. 그런데 작년부터 내 아이들의 숫자는 30여명이 아닌 300여명으로 늘었고 올 해는 170명가량의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바로 나

전교생 21명의 전원학교 수왕초등학교는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뒤편 작은 언덕에는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윙윙윙’ 꿀벌들의 행진이 한창이다. 알록달록 온갖 꽃들까지 피어 난 뒷동산의 정경을 눈에 담아두자니 지난 가을 잘 여문 알밤이 투두둑 떨어지는 소리에 귀를 쫑긋 기울이며 놀라던 일이 떠올랐다.운동장 한쪽에 지어진 정자에 잠깐 머무노라면 솔밭에서 들

교단에 서기 전에 ‘어떤 선생님이 되어야 할까’로 많은 고민을 하였다.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 방향을 잘 정해야 그 방향을 향해서 조금이라도 나아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의 고민에 방향성을 잡아준 글귀를 찾았는데 그건 다음과 같다. 자기전공분야에 실력이 있는 교사, 사랑을 실천하고 가르치는 교사이다.올해 초 세종하이텍고등학교로 발령을 받았을 때 생

눈 깜짝할 사이에 교사가 된지 거의 7년이다. 첫 1년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9월에 발령이 나서 짧은 2학기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2년차에 들어서면서 1년을 온전히 책임지는 학년이라는 생각에 새로운 마음가짐이 생겼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하는 첫 인사, 환경정리, 학급 규칙 등의 학급운영에 소신을 갖고 즐겁고 재미있게 해보자는 열정도 새롭게 있었다.지금

연기도원초 학생들과의 첫 만남, 강당에 모인 학생들은 한눈에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새 학년 새 학기 부푼 마음을 가진 학생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긴장감이 묻어있었다.나또한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새롭게 펼쳐질 앞날에 대한 불안과 걱정,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욕과 열정으로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렘 반 긴장 반으로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마치고

김종길의 ‘성탄제’를 아이들과 함께 읽었다. 아이들에게 이 시의 화자처럼 아버지와의 추억을 종이 위에 꺼내놓도록 하였다.몇몇 아이들은 차분해진 낯빛으로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추억과 마주했을 때의 표정이다. 그러나 아이들 대부분이 꽁꽁 닫힌 기억의 상자를 열어젖히려 끙끙댔다.수학 문제를 푸는 것보다 한층 심각해진 표정으로 궁리하다가 끝내 추억의 실마리를 잡

세종고로 부임한 지 이제 두 달. 일 년 중 가장 힘들다는 학기 초를 보내면서도 하루 일과 중 가장 설레는 시간은 아침 등굣길이다. 주로 캄캄한 밤에 귀가를 하다 보니, 그나마 등굣길은 자연과 내가 여유롭게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고, 또 화사한 봄길 위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재잘거리는 학생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마저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서이다.8시

지난 2013년 8월 그 어느 때보다 더웠던 여름날에 세종시 공립유치원 교사에 합격통보를 받았다. 보통 찬바람이 부는 계절에 받았던 합격통보를 나는 햇볕이 내려쬐는 여름에 받았다. 그 때 나는 ‘역시 세종시구나! 내가 설 곳은 바로 이곳’이라는 부푼 기대와 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그런 나의 기대와 믿음으로 시작한 2014년 3월, 나에 대한 믿음은

나는 작년 1월까지 중국 북경에 있었다. 재외동포, 외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말글을 가르치고 싶다는 오랜 꿈을 품어오다 중국의 한국국제학교에 지원하여 근무한 지 3년. 기간을 마치고 귀국할 때가 다가올 무렵 세종시에 국제고등학교가 새로 생긴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아이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창의성을 살리며 공부하는 국제학교의 매력에 빠져있던

교사생활을 한 지 벌써 14년.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먼 옛날처럼 느껴진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렸다. 남보다 늦게 시작해서 쉬엄쉬엄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나에겐 학교가 집이자 쉼터였고 꿈을 펼치는 장소였다. 나의 외로움을 달래고 나의 꿈을 생각하게 해준 그런 곳이다. 그래서 학교는 아침이면 남보다 일찍 가고 남보다 늦게 퇴근하게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가 남긴 말이다. 아마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속성상, 지금 여기 있는 사람과 사물, 나를 둘러싼 대상이 존재하는 모든 순간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말이 아닐까한다.2013년을 마무리 하며, 내 삶의 화두는 "순간의 가치로움"이었다. 학급문집을 만들며 2013년 우리 반 아이들의 사진을 보았다. 학기 초, 녀석들의 젖살 오른

“선생님 오신다!” 교실 뒷문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내가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 한 아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어 후다닥하는 발소리들과 함께 그제서야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한번이라도 내가 오기전 자리에 앉아 조용히 아침활동을 하면 좋으련만 어쩜 할 얘기들이 그렇게 많은지 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교실 뒤편에서 우르르 모

원선바깥놀이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하나 둘, 색색으로 물들고 있는 낙엽을 줍고 있다보니 어느 덧 가을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10월... 이제 나는 겨우 신규발령을 받은 후 8개월이 지나고 있는 병아리 신규교사이다. 그런데 8개월이란 시간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8개월이 정말 8년같이 많은 기억으로 가득하다.나는 일반 기업체에서 근무를 했고, 두 자녀를

아침엔 옷깃을 여미고 몸을 움츠릴 정도로 날씨가 차가워졌다. 아침과 낮의 기온차가 10도 이상 나면서 감기에 걸리는 아이들도 많고 두꺼운 옷을 여벌로 들고 다니는 아이들도 생겼다.이렇게 추위를 운운하는 계절이 오면 항상 숙제처럼 내려오는 ‘사랑의 저금통’, 아이들에게 저금통을 나눠주고 동전을 가득 채워 11월초가 되면 걷어오라는 공문이다. 교무실 각 담임

욕 하고 힘센 아이가 오히려 약자가 되는 곳, 학교에 오지 않는 주말이 오히려 싫다는 학생들이 사는 학교. 바로 지금 내가 근무하는 산골 학교이다.사실 산골 학교라고 하기엔 많은 학생들이 읍내에서 통학을 한다. 하지만 내가 산골 학교라고 부르고 싶고 또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고복 저수지 넘어 나름 산 속에 있는 학교이기도 하지만 여기 있는 학생들의 마음이

2월 합격자 발표 날, 합격의 기쁨을 만끽하던 것도 잠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집 구하랴, 살림살이 준비하랴, 그렇게 덜컥 3월.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2학년 담임이 되어 24명의 아이들, 수십 개의 반짝거리는 눈망울 앞에 서 있었다.아침에 자명종이 울리면 피로에 절어 비비적거리다가도 아이들 얼굴이 떠올라 눈이 번쩍 뜨이곤 했다. ‘오늘은 또 어떤 재밌

2012년 2월, 내가 새로 근무할 학교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 해 6월 입주를 위한 공사가 학교 주변에 한창이어서 네비게이션도 학교를 찾아 주지 못했다. 차를 두고 얼마간을 한참 걸어간 끝에 담장이 없는 아담한 학교를 찾아냈다. 내가 새로 살게 된 곳, 세종의 초임 학교 한솔고등학교이다.학교는 최첨단 스마트 스쿨, 학급당 학생수가 25명이라는 최고의

오늘은 개학날이다. 30일간의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직은 무덥고 습한 날이 이어지고 있지만 방학은 끝났고, 새 교과서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교사들은 방학이라도 분주함은 여전하다.방학 중에도 수업과 근무가 이어지고 학기 중에 미뤄 두었던 이런 저런 연수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학교를 일시적으로 떠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닭살 돋는 표현인줄 알지만 그래도 마음에서 넘치는 감정언어를 그대로 뱉어본다. 한솔고등학교와 아이들은 올해 나에게 주신 신의 선물이다.중학교에서만 20여년을 근무하다가 세종시로 발령을 받을 때는 고등학교 지구과학교사로 배정받았다. 고등학교 학생들은 보다 의젓해져서일까? 중학교 학생들보다 소통이 훨씬 부드럽고 교감이 쉬워서 매력이 넘쳤다. 교과과정상 우선은